전국을 뒤흔드는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
March 9, 2001 09:49:31 PM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을 발본색원하라
전국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의 태풍에 휩싸여 있다. 정부가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강력하고 대대적인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단속에 나섬에 따라 기업체, 학원가, 병원 등은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특히 단속이 집중되고 있는 서울 테헤란밸리와 대전 대덕밸리 등의 벤처기업들은 대량 사용하고 있는 불법복제 소프트웨어의 대응책 마련을 모색하느라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실태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부의 단속이 IMF보다 더 최악의 경기침체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데다 영장발부 등 법적 절차가 일부 생략된 채 진행되는 등 무리한 측면도 있다. 일부에서는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전국이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 집중 단속으로 뒤숭숭하다.
이번 단속은 지난 2월 19일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통신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불법 소프트웨어를 철저히 근절하라고 지시한 이후 유례없이 정부 차원에서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 정부, 기업주의 법정 구속까지 검토
지금까지는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을 담당했던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 회장 김 정)가 주도해왔으나 이번에는 정보통신부와 검찰이 단속의 주체가 됐다. 그만큼 단속 강도가 높아졌으며 법적 구속력도 예전보다 엄격해졌다.
정부는 정통부, 검찰, 행정자치부, 소프트웨어 전문가 등으로 이루어진 21개조 89명의 단속팀을 구성해 오는 5월까지 일반 기업체는 물론 학원, 병원 등 3천여 업체를 단속할 예정이다. SPC는 경찰과 합동으로 4개조의 단속팀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시작된 이번 단속으로 지금까지 SPC는 50여개 업체를 단속했다. 정통부 역시 상당수의 업체를 단속했으나 구체적인 결과는 3월말께 나올 예정이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공식 단속실적은 이번 수사가 끝나면 집계될 예정이지만 이달 말 법원에 단속업체들을 기소하면 잠정적인 집계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단속에서 정부는 불법복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기업주를 구속 수사할 의사까지 보이고 있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번 단속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특정 업체 기업주를 구속하는 식의 표적수사는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시범케이스를 만들 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매출액 2천억원 규모에다 대기업에 속하지 않은 중견 기업 사장이 구속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허둥대는 업계들
정부의 집중단속으로 벤처기업들이 몰려 있는 테헤란밸리는 최근 며칠째 업무가 거의 마비되다시피 하고 있다. 일부 업체에선 컴퓨터에 깔려 있는 소프트웨어들을 지우느라 직원들이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아예 회사 문을 닫고 PC방이나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백태도 연출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O사 사무실. 15명에 이르는 단속반이 들이닥쳐 사장에게 영장을 제시하고 전산담당자에게 단속에 대한 설명을 했다. 이후 단속반은 팀을 나누어 사무실 컴퓨터의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단속했다. 조사는 15분만에 끝났다. 40대의 컴퓨터에 대한 소프트웨어 확인작업이 끝난 것이다.
정부의 기습 단속이 대대적으로 전개되자 테헤란밸리에는 단속과 관련한 소문도 무성하다. 삼성동의 A사는 40억원 어치의 불법복제 제품이 걸렸다느니, 중소 벤처기업인 B사는 4억원 어치가 적발됐다는 식의 루머가 돌고 있다. 일부 업체는 1층에 단속반이 들이닥치자 회사 문을 잠그고 직원들을 퇴근시키는 등의 편법을 사용하면서 단속을 피하기도 했다.
일부 대기업들은 자체 조사를 통해 개발자 등 일부 직원들이 불법으로 깔아놓은 소프트웨어를 삭제하기도 했다.
◆ 왜 하필 지금 시점에서 단속하나
업계에서는 갑작스런 소프트웨어 단속에 당황하면서도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것 중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앞서 그동안 문제가 제기돼 왔던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 근절 노력을 보여줌으로써 통상 외교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이다.
미국 소프트웨어업계의 이익단체인 BSA(Business Software Alliance)의 로비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무역 대표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체로 알려져 있는 BSA가 로비를 통해 한국 정부에 압력을 가했다는 설이다.
배경이야 어떻든 이번 단속은 적발 기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알려지지 않은데다 사전에 충분한 홍보 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반상회, 공무원 대상의 교육, 라디오 방송 등 홍보활동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는 것.
정통부와 SPC가 사용하는 단속용 소프트웨어가 서로 다르고 업무 협조가 잘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정통부는 암행어사 , SPC는 SPC 오딧 이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단속 지역 및 방법에 대해 정보교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휘종기자 hwiparam@inews24.com,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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