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역사는 출애굽, 광야, 불안이 반복되는 역사입니다.
나는 성서를 묵상할 때 결코 이같은 이스라엘 역사의
근본적인 체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것은 나의 삶이 그 역사와 똑같은 체계를 거쳐 왔고
지금도 거쳐 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종살이 장소로서 이집트, 광야를 거치는 해방의 출애굽,
약속의 땅에 들어감과 성공적인 정복, 예루살렘에 나라의 창립,
주님께 대한 새로운 불신, 바빌론 귀양에 의한 처벌,
살아남은 소수 이스라엘 백성의 복귀
그리고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인한 새 시대의 시작.
새 이스라엘 교회 역시 똑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교회의 역사가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교회가 출애굽과 광야의 삶을 살지 않았던가요?
새 예루살렘 곧 로마를 정복하지 않았던가요?
때때로 지나친 자만심, 권력추구,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
고압적인 선교활동 등의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던가요?
신의라고 하지만 가시적이고 허례허식적인 것에
지나치게 안주하지는 않았던가요?
그럴 수 있습니다. 또 호세아가 말하듯이
새로운 출애굽의 순간이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아 너는 에집트로 돌아갈 것이다.'(호세 11,5)
모르겠습니다.
현재로서는 영광을 누릴 확신이 부족합니다.
또 바빌로니아 자체가 우리 그리스도교 도시들로 이전되고 있기 때문에
바빌로니아 유배생활에 대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앞으로 자신이 외국 땅,
곧 관념적으로 현대적 바빌로니아의 유배된 하느님을
증거하는 소수집단으로 전락하여 뭇 민족들 가운데서
더 이상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모든 사람을 구원할 능력과 유일한
희망이 담겨 있는 메시지를 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