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마귀, 사탄), 구마(驅魔)

a. 서

1) 악마, 마귀, 사탄의 개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합의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악마”라는 명칭으로 통일하여 사용하기로 하고, 그리스도교의 입장에서 악마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아래에서 사용할 “악마”란 표현은 우두머리인 원래의 악마뿐만 아니라, 함께 타락했던 악한 영들 혹은 악령들을 포함한 개념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2) 악마는 우리의 세 가지 원수 중의 하나로서,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뿐만 아니라, 악마는 우리의 육신과 세상을 통해서, 결국에는 우리에게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성경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구마(악마를 쫓아내는 것)가 필요하다.

b. 악마

1) 악마에 대한 기본적 이해

a) 뜻: 악마는 구약성경에는 사탄이나 마귀로 기록되어 있으며, 그 원뜻은 ‘적대자,’ ‘방해자’이다(1사무 29:4 등 참조). 보통명사로 쓰일 때는 개인이나 국가의 적대자를 가리키며(2사무 19:22), 고유명사로 쓰일 때는 초자연적 존재로서 마귀들의 우두머리를 지칭한다(마태 12:24 등). 곧 하느님을 대적하거나 사람들을 유혹하여 하느님을 대적하게 만드는 악한 영(靈)의 우두머리다.

b) 명칭: 악마의 명칭은 다양하여, ‘유혹(하는)자’(마태 4:3; 1테살 3:5), ‘베엘제불’(마태 12:24 등), ‘악한 자’(마태 13:19), ‘원수’(마태 13:28.39), ‘거짓의 아비’(요한 8:44), ‘거짓말쟁이’(요한 8:44), ‘살인자’(요한 8:44), ‘이 세상의 우두머리’(요한 12:31; 16:11), ‘이 세상의 신’(2코린 4:4), ‘벨리아르’(2코린 6:15), ‘공중을 다스리는 지배자’(에페 2:2), ‘적대자’(1베드 5:8), ‘지하의 사자’(묵시 9:11), ‘온 세상을 속이는 자’(묵시 12:9), ‘큰 용’(묵시 12:9), ‘옛날의 뱀’(묵시 12:9), ‘형제들을 고발하던 자’(묵시 12:10) 등으로 불린다.

c) 기원: 성경은 천사들의 창조시기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인간 창조 이전에 천사들이 먼저 창조되었고, 일부 천사들의 타락도 인간 창조 이전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악마의 기원은 일반적으로 루시퍼라는 이름의 대천사가 타락하여 생겨났다고 본다(이사 14:12-15; 유다 1:6). 즉, 본래 선하게 창조된 대천사가 교만으로 타락함으로써 하느님을 섬기는 고귀한 신분을 박탈당하고 악마가 되었다(2베드 2:4). 이러한 타락 때, 천사들의 3분의 1 정도가 함께 타락했고, 악마는 이 악한 천사들의 우두머리이다(마태 25:41).

2) 악마가 하는 일

a) 악마는 우주의 이방인적 존재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들을 파괴하여 질서가 있는 곳에 혼란을, 빛이 있는 곳에 어둠을 가져오며, 강한 증오와 자만심으로 하느님께 대항하고 인간의 죄 가운데 자신을 드러낸다.

(1) 창세기 3장에서, 창세기 기자는 뱀과 악마를 동일시하지는 않으나, 하느님을 증오하는 어떤 악한 세력에 의해 인간생활이 물들고 타락했음을 암시한다.

(2) 구약성경의 악마는 신약성경에서처럼 강력하고 사악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으나 점점 그런 방향으로 발전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1역대 21:1; 이사 14:12-21; 즈카 3:1-2). 구약성경에서, 악마는 하느님의 명령을 받고 인간으로 하여금 죄와 타락에 빠지도록 유혹하는 역할을 한다(판관 9:23; 1사무 16:14; 1열왕 22:22). 그리고 영매들과 점쟁이들은 악마와 관계를 맺고 그 속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레위 19:31; 신명 18:10-12 등). 다니엘서와 같은 묵시문학은 악의 왕국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3) 신약성경에서는 타락한 천사의 교리를 반복해서 기록하고 있으며(유다 6-8), 요한 복음서 8장 44절의 예수의 말씀도 이러한 관점에서 해석되고 있다. 신약에서의 악마란, 특히 예수께서 만났고 십자가 위에서 이겨낸 존재라 할 수 있다. 즉, 예수께서 인간의 악한 의지를 바로 잡아 하느님께로 이끌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선한 의지에 도전하는 어떤 막강한 힘에 대항하여 고난을 당하셨음을 알 수 있다(1요한 3:8). 예수의 궁극적 승리는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예수의 일생은 힘센 자들과의 투쟁이었으며(마르 3:27 참조), 고난의 시간은 이러한 투쟁의 절정이었다.

b) 악마가 이 세상에서 하는 일

(1) 악마는 사람을 악마 자신은 물론 다른 삼구(세속, 육신)의 유혹에 넘어지게 만들어, 신자들이 하느님을 떠나게 만들거나, 혹은 비신자들이 하느님을 믿기 어렵게 만든다.

(a) 악마는 우리가 육신으로 하느님께 경배드리지 못하게 한다(마태 4:10; 요한 4:23-24 등 참조).

(b) 악마는 우리가 마음으로 하느님께 순종하지 못하게 한다(요한 3:36; 로마 6:17 등 참조).

(c) 악마는 우리가 욕심 때문에 하느님께 감사하지 못하게 한다(로마 1:21; 1테살 5:18 등 참조).

(2) 하느님과 사람을 방해하는 악마의 일들

(a) 악마가 일하는 모습들

① 악마는 하느님을 모방한다.

② 악마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③ 악마는 불신자들을 눈멀게 하고 조종한다.

④ 악마는 나라들을 속인다.

⑤ 악마는 마음을 공격한다.

⑥ 악마는 열린 죄의 문을 통해 공격한다.

⑦ 악마는 죽이려고 공격한다.

⑧ 악마는 압도적으로 공격한다.

(b) 악마가 일하는 구체적 방법들

① 악마는 악으로 유혹한다.

(1 테살 3:5) “이러한 이유로 나도 더 참을 수가 없어 여러분의 믿음을 알아보려고 티모테오를 보냈습니다. 유혹하는 자가 여러분을 유혹해서 우리의 노고를 헛되게 하지 않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입니다.”

② 악마는 사악한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사도 5:3) “베드로가 말하였다. “하나니아스, 왜 사탄에게 마음을 빼앗겨 성령을 속이고 땅값의 일부를 떼어 놓았소?”

③ 악마는 모든 선한 것, 특히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들을 반대한다.

(1 테살 2:18) “사실 우리는 여러분에게 가려고 하였습니다. 나 바오로가 여러 차례 가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탄이 우리를 가로막았습니다.”

④ 악마는 하느님의 백성을 비난한다.

(즈카 3:1) “그가 주님의 천사 앞에 서 있는 예수아 대사제를 나에게 보여 주었다. 그의 오른쪽에는 사탄이 그를 고발하려고 서 있었다.”

⑤ 악마는 하느님의 백성을 위협한다.

(1 베드 5:8)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의 적대자 악마가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누구를 삼킬까 하고 찾아 돌아다닙니다.”

⑥ 악마는 교활함으로 신자들을 유혹하여 죄를 짓게 한다.

(2 코린 11:3) “하와가 뱀의 간계에 속아 넘어간 것처럼, 여러분도 생각이 미혹되어 그리스도를 향한 성실하고 순수한 마음을 저버리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⑦ 악마는 신자들의 마음이 진리에서 벗어나 현세적인 것에 빠지도록 노력한다.

(2 코린 4:17-18) “우리가 지금 겪는 일시적이고 가벼운 환난이 그지없이 크고 영원한 영광을 우리에게 마련해 줍니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우리가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합니다.”

⑧ 악마는 신자들이 그들의 신념을 타협하게 하려고 시도한다.

(마태 6:24)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⑨ 악마는 신자들의 마음에 의심을 심어준다.

(창세 3:1) “하느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

⑩ 악마는 신자가 어둠의 상태에서 하느님과 분리된 느낌을 갖게 하려고 한다.

(이사 50:10) “너희 가운데 누가 주님을 경외하고 그분 종의 말에 순종하느냐? 빛이 없이 어둠 속을 걷는 자는 주님의 이름을 신뢰하고 자기 하느님께 의지하여라.”

⑪ 악마는 신자들을 근거 없는 비판으로 공격한다.

(욥 4:7-8) “생각해 보게나, 죄 없는 이 누가 멸망하였는가? 올곧은 이들이 근절된 적이 어디 있는가? 내가 본 바로는 밭을 갈아 불의를 심은 자와 재앙을 뿌린 자는 그것을 거두기 마련이라네.”

3) 우리가 악마의 공격을 이겨내는 방법

a) 우리는 주님 안에서 강해져야 한다.

(1) “주님 안에서 그분의 강한 힘을 받아 굳세어지십시오.” (에페 6:10). 이것은 문자적으로 “주님 안에서 굳세어지라”는 뜻이다.

(2) 우리가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의 힘으로는 악마와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3) 악마는 하느님이 우리의 권력 기반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악마의 목표는 우리 영혼과 하느님 사이를 가로막는 것이다. 악마는 인간의 마음을 하느님으로부터 분리시키고 그 대신에 인간이 인간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려고 노력한다.

b) 우리는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해야 한다.

(로마 8:38-39)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c) 우리는 십자가에서 악마에 대한 그리스도의 승리를 기억해야 한다. 악마는 그 자신이 십자가에서 완전히 패배했다는 사실을 당신이 기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1 요한 3:8) “악마가 한 일을 없애 버리시려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나타나셨던 것입니다.”

d) 우리는 우리 자신이 아니라 주님의 승리를 위해 싸우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구원의 대장이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지시에 순종해야 하는 대규모 군대의 개별 군인일 뿐이다.

(2역대 20:12.15.17) “저희를 치러 온 저 큰 무리를 대적할 힘이 저희에게는 없습니다. 저희는 어찌할 바를 몰라 당신만 바라볼 뿐입니다./ 저 큰 무리 앞에서 두려워하지도 당황하지도 마라. 이 전쟁은 너희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이다./ 이 전쟁에서는 너희가 싸울 것이 없다. 제자리를 지키고 서서, 주님이 너희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는 것을 보기만 하여라. 유다와 예루살렘아, 두려워하지도 당황하지도 마라. 내일 그들에게 맞서러 나가라. 주님이 너희와 함께 있을 것이다.”

e) 우리는 영적으로 잘 무장하여, 악마에게 슬기롭게 대항해야 한다.

(1) 겸손해야 한다. 교만은 악마에게 기회를 주는 첫 번째 요인이기 때문이다.

(1 티모 3:6) “교만해져서 악마가 받는 심판에 떨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1 베드 5:5) “하느님께서는 교만한 자들을 대적하시고 겸손한 이들에게는 은총을 베푸십니다.”

(2) 바른 분별력과 굳센 실천력을 얻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

(사도 2:42)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

(3) 불만은 악마에게 우리를 공격할 기회를 주므로, 만족한 자세로 살아야 한다.

(1 티모 6:8)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우리는 그것으로 만족합시다.”

(4) 이웃의 잘못을 용서해야, 우리의 잘못도 용서받을 수 있다.

(마태 6:15)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5) 우리는 건전한 생활습관을 가져, 악마에게 공격의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 즉, 각종 미신행위, 간음, 불륜, 무절제한 애착, 싸움, 험담, 폭음, 술주정, 도박, 세상적 쾌락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에페 4:25─5:20; 갈라 5:19-21; 1코린 6:9-10 등 참조)

(에페 4:27) “악마에게 틈을 주지 마십시오.”

(6) 우리는 하느님을 신뢰하고 순종하면서, 가능한 한 악마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를 영적으로 끌어내리는 것들을 피함으로써 그렇게 한다. 우리의 불순종과 끈질긴 완고함은 악마가 우리를 공격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요한 3:36) “아드님께 순종하지 않는 자는 생명을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진노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게 된다.”

(야고 4:7) “하느님께 복종하고 악마에게 대항하십시오. 그러면 악마가 여러분에게서 달아날 것입니다.”

(7) 우리는 결코 우리 자신의 힘으로는 이 영적 싸움에서 승리할 수 없다. 우리는 권력의 기반이신 하느님으로부터 힘을 끌어낼 때만 성공할 수 있다. 우리가 “하느님의 무기로 완전히 무장해야만 악마의 간계에 맞설 수 있다”(에페 6:11)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4) 결론

(1 요한 5:18) “하느님에게서 태어나신 분께서 그를 지켜 주시어 악마가 그에게 손을 대지 못합니다.”

a) 악마가 하는 일들의 요약

(1) 악마는 사람이 용기를 잃고 낙담하게 만든다.

(2) 악마는 사람 관계, 가정, 직장, 교회 등에서 분열과 분쟁이 일어나도록 만든다.

(3) 악마는 사람이 하느님의 힘, 섭리, 계획, 그리고 기도 등을 의심하게 만든다.

(4) 악마는 사람이 하느님과 그분의 목적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게 만든다.

(5) 악마는 사람이 감사 대신 가지지 못한 것에 집중하게 하여 불만하도록 만든다.

(6) 악마는 옳은 일을 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속임수로 사람을 유혹한다.

b) 인간이 악마의 침입을 받았다는 사실이 인간의 죄를 정당화해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악마의 유혹을 받아들임은 인간의 죄를 더욱 크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신자들은 악마가 인간을 괴롭히고 점령하는 힘이 크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여 정신을 바짝 차리고 깨어 있어야 한다(1베드 5:6-9; 2베드 2:3; 루카 22:31, 에페 6:11-12 등).

c) 하지만 신약성경에서는 악마의 왕국이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에 의해 허물어질 것이라고 기록하고 있다(마르 3:22-27; 묵시 12:7-8). 그 이유는 악마는 소멸하도록 운명지어져 있고 그의 시간은 짧으며 그 자신이 누구보다 분노에 차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을 유혹하는 악마의 모든 일은 하느님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하며, 하느님의 절대 주권하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진다(욥 1:6; 2:7). 하느님께서 악마의 악행을 허락하시는 것은 하느님의 은혜를 더욱 풍성하게 내려주시기 위함이다(욥 1:6-22 등).

d) 이렇듯 악마는 지상에서 한시적으로 활동할 뿐, 세상 종말에는 멸망당하고(1요한 3:8), 지하에 갇혀(묵시 20:1-3) 영원한 불과 유황 못에 던져지게 된다(묵시 20:10).

e) 악마가 어떤 방법으로 사람을 유혹해도, 사람의 동의 없이는 영혼 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사람이 마지막에는 승리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사람은 악마에게 주눅 들지 않고, 믿음을 가지고 끝까지 인내하면서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

c. 구마(驅魔)

1) 구마의 뜻: 구마란 사람이나 사물에서 악마와 귀신을 쫓는 일이다. 즉, 어떤 사람이나 사물을 악마나 귀신으로부터 보호하거나 그 지배력에서 벗어나도록 사제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공적인 권위를 가지고 청하는 것을 말한다.

2) 성경에서의 구마와 그 의미

a) 예수께서는 악마에게 시달리는 사람을 돕기 위하여 여러 차례 구마를 시행하였다(마태 8:28-34; 17:14-21; 마르 1:23-28; 5:1-20 등).

b) 성경에서의 구마의 의미는, 예수님의 활동과 그분의 세상에 오심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다. 즉, 인간을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여 하느님과 재일치시키려는 구세주 예수는 악마의 세력을 억누르고 추방함으로써, 당신이 구세주이시며 세상에 구원이 도래하였음을 선포하신 것이다.

c) 그러므로, 구마는 궁극적으로 구세주 예수께서 죄악에 대하여 승리를 거두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되어 있고 그의 파견을 받은 제자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한 것과 같이 악의 세력을 제어하고 악마를 쫓아내는 힘을 받았다(마태 10:8; 루가 10:17; 마르 16:17 등).

3) 교회와 구마

a) 교회는 인간이 악마에 사로잡힐 가능성을 인정하고, 믿는 이들은 구마를 한다. 구마는 사람이나 사물에서 추방해 달라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께 기도하는 형식으로 행해지는데, 이 때에 구마식(驅魔式) 집전자는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신앙에 근거를 두고 예수 그리스도의 힘을 얻어 집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체는 교회라 할 수 있다.

b) 주의할 점

(1) 악마에 사로잡힌 듯한 현상이 사실은 악마와 무관하고 심리적 요인이나 질병에서 연유될 수 있다.

(2) 따라서, 구마식을 거행하기 전에 그 현상이 마습(魔襲)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판명해야 한다.

4)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악마의 활동 유형

a) 유혹

(1) 악마의 활동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형태는 유혹이다. 유혹은 우리 자신의 타락한 본성을 넘어서는 외부 근원이다. 우리가 불법적이고 환상적인 것을 좋은 것으로 바라는 것은 우리의 열정만이 아니라 그것을 향해 나아가도록 밀어붙이는 외부의 힘이다. 그러므로 악마의 유혹은 우리 자신의 죄에 대한 성향과는 다르다.

(2) 악마가 행하는 유혹의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성경에서 제시하는 것은, 악마가 광야에서 예수님을 유혹한 것이다.

(3) 유혹에 대한 대응

(a) 그리스도께서는 유혹을 받으셨을 때, 성경 말씀을 인용하시면서 악마를 꾸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치신다.

(b) 유혹에 넘어가면, 그 뒤에는 더 큰 악영향을 받게 되고, 죄를 짓게 되므로, 작은 것이라도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주님의 기도”에서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라고 기도하라고 하시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4) 모든 일에 대해 악마를 비난하기는 쉽지만, 여전히 우리의 행동에 대해서는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는 하느님의 법에 따라 강한 도덕적 양심을 발전시키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기초한 도덕적 결정을 시행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내면적 열정이든, 악마의 속삭임이든, 우리는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고 악보다 선을 선택하라는 부르심을 받았다.

b) 악마적인 집착, 혹은 접마(接魔)

(1) 악마적인 집착 혹은 접마란, 악마의 힘에 의해, 우리가 어떤 대상에 마음이 쏠려, 매달리는 것을 말한다.

(2) 악마적 집착은 위기 상황에서 개인의 지적 능력과 자유 의지를 차단하지는 않지만, 때로는 이성적으로 터무니없는 강박적인 생각이나 이미지를 우리 마음에(즉 상상력이나 기억력으로) 공격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경우, 그 당사자는 정말로 그 자신의 것처럼 보이는 고정된 생각이나 이미지로 인해 괴로움을 느낀다. 악마적 집착은 형태와 정도, 강도가 다양할 수 있으며, 당사자의 마음을 완전히 지배하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3) 우리 자신의 의지로는 억제가 힘들거나 뛰어넘을 수 없는 지나친 음주, 도박, 이성관계, 게임 등에 중독되어 있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중독에 빠진 중독자에 대해서는, 그가 악마적 집착의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닌가를 파악해야 할 경우가 많다.

(4) 악마적 집착으로 우리가 고난받는 경우, 오직 하느님께 우리가 자신을 내어 드리는 것만이 우리가 이러한 몰입에 굴복하지 않는데 도움이 되며, 우리가 악마적 집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구마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c) 악마의 빙의, 혹은 부마(付魔)

(1) 악마의 빙의 혹은 부마란, 악마가 사람 안에 들어가, 그 사람의 의지를 꺾고, 그 사람을 사실상 소유하여 지배하는 것을 말한다. 즉, 악마는 인간에게 자신의 의지를 행사하려고 하는 것이다. 악마적 집착 상태가 더 악화되면, 악마적 빙의가 되는 경우가 많다.

(2) 악마의 빙의는 성경(마태 8:28-34; 17:14-21; 마르 1:23-28; 5:1-20 등)의 여러 곳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3) 악마 들린 영혼은 대개 어리석음이나 나약함으로 인해 사로잡히게 된다. 특정 행위, 또는 결과에 대한 지식 없이 우리 자신을 개방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악마에게 우리 자신을 소유하게 할 수 있다.

(4) 특히, 예수님께서 구마에 관해 하신 말씀, 즉,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마르 9:29)는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마태오 복음서 17:20 다음에, “그런 것은 기도와 단식이 아니면 나가지 않는다”는 구절을 덧붙이고 있는 일부 사본도 있다.)

5) 결론

a) 악마는 자신의 활동을 인간이 몰라보거나 무시하는 것을 원한다. 혹은, 악마는 그의 힘이 아주 크다는 것을 인간에게 드러내려 하고, 또 인간이 오판하도록 만든다. 우리가 부정한다고 해서, 악마의 존재와 활동이 없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악마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 존재를 깨닫고, 잘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b) 악마의 활동 유형별 대처

(1) 작은 유혹에서부터 하느님의 힘으로 그 유혹을 이겨나가는 것이 악마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2) 유혹과 대부분의 악마적 집착(혹은 접마)은 각자의 노력으로 차단하고 뛰어넘을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로 끊기 어려운 악마적 집착은 교회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3) 악마의 빙의, 혹은 부마는 당사자 혼자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으며, 교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다.

d. 결론

1) 악마는 우리 영성생활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2) 그러나, 악마는 이미 그 끝이 예정되어 있는 존재이므로, 우리는 미리 주눅 들어 서는 안 되고, 하느님 안에서 악마의 힘을 이겨나가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인간 을 온갖 종류의 속박에서 해방시켜, 구원하시려고 오셨기 때문이다.

3) 악마의 활동을 정신적인 문제로 치부하여 오판해서는 안 되고, 혹은 반대로 정신 적인 문제를 악마의 활동의 결과로 오판해서는 안 된다. 정확한 분별과 해결을 위해서 교회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