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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나눔 / 참된 나를 찾아서
심백섭 유스티노 신부/ 예수회 후원회 부위원장
땅을 긍정하는 특권, 특히 개인적인 은혜에 대한 감사에 대해서
지난달에 우리는 이냐시오 영신수련에서 제시하는 감사의 3대 항목 중에서 구원의 은혜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구원의 은혜는 다시 크게 네 가지라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첫째로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게 된 점, 둘째로는 그중에서도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모시게
된 점, 셋째로 그중에서도 가톨릭 신앙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점, 마지막으로는 그중에서도
이냐시오 영성과 한국 가톨릭교회의 신앙 선조를 함께 참고할 수 있게 된 점이라고 하였습
니다.
지난 번에도 이 네 가지 항목을 다 다루지 못하고 지면 관계상 세 가지만 다루었습니다. 네 번
째 이냐시오 영성과 한국 가톨릭교회의 신앙 선조와 관련하여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에 대해
서는 숙고할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적절한 기회를 마련할 생각입니
다. 여기에서 감사의 3대 항목 중 마지막 세 번째에 해당하는 개인적인 은혜에 대한 것을 다루
고자 합니다.
우리는 각자가 개인적으로 받은 여러 가지 조건들이나 특성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
서 때로는 만족을 느끼고 감사해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불만을 느끼고 불평을 하기도 합니다.
유명한 예로 허난설헌의 3대 불행론과 플라톤의 3대 행복론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허균의 누이로 유명한 시인 난설헌은 스스로 세 가지 한恨을 품고 살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조선에 태어난 것, 그것도 여자로 태어난 것, 그것도 김성립의 처가 된 것이 그것입니다.
그와는 자못 대조적으로 플라톤은 복福 받은 것 세 가지에 대해 감사를 표합니다. "나는 신
에게 정말 감사한다. 첫 번째는 이방인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 태어나게 해준 것에, 두 번
째는 노예나 여자가 아닌 자유인인 남자로 태어나게 해준 것에, 그러나 진정으로 감사한 것
은 소크라테스와 동시대에 태어나게 해준 것에 신에게 최고의 영광과 찬미를 바친다."라는
것입니다.
난설헌은 조선에 태어난 것이 한이었지만 플라톤은 그리스에서 태어난 것이 복이었습니다.
난설헌은 김성립의 처가 된 것이 불행이었지만,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제자가 된 것이 최고
의 행복이었습니다. 땅을 부정할 수밖에 없었던 조선 여인으로서의 삶의 현실에 마음이 무거
워지는 한편 땅을 긍정하는 데에 좋은 모범을 보일 수 있었던 플라톤의 시선이 부러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나 여러분은 한국에 태어난 것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봅니다. 이 시대에
한국에 태어나서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만 저는 무엇보다도 동서양의 문화와 종교
를 동시에 누리기에 아주 좋은 곳이라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무척 감사합니다. 일례로 소월
과 두보, 워즈워드의 시를 모두 다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에 깊이 감사합니다.
이 시대 한국에 살아서 전근대적인 것과 근대적인 것을 함께 경험하면서 혼란스럽기까지 한
것도 그만큼 풍부한 시대적 경험을 한 대가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동서고금을 아우리는 현
장이 지금 이곳의 한국입니다. 우리는 이런 한국에 태어나 그만큼 풍부하고 자유로운 삶이 가
능해진 것에 감사를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플라톤은 그리스에서 태어난 것에 감사했지만, 이제 우리는 한국에 태어난 것에 더 큰 감사를
느껴도 좋을 것입니다. 플라톤은 자유인인 남자로 태어난 거에 감사했지만, 우리는 영세를 통
해 진정한 자유인, 내적으로 자유로운 하느님의 백성으로 태어난 것에 더 깊이 감사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플라톤은 소트라테스의 제자가 된 것에 최고의 감사를 드렸지만 우리는 이냐시오
의 제자가 됨에, 그리고 이벽과 권철신· 권일신과 정약종· 정약용과 그 밖의 한국의 신앙 선조
들의 후계자가 됨에 더 없는 감사를 드려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특히, 다른 누구와도 다르게 오직 나에게만 오는 그날그날의 선물에 대해서 항상 깨어
감사드리는 데에 달인이 되어야겠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감사의 깜냥도 못 되었던 어떤 일
에서, 또는 어떤 사람에게서 오늘 문득 감사를 느끼게 되는 일을 경험하면서 감사의 일에 나날
이 진보하는 신앙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선한 영과 악한 영을 여러 가지로 식별할 수 있겠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 기준은 "내가
더 쉽게, 더 많이, 더 깊이, 더 진심으로 감사를 느끼게 되었는가?" 일 것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배워야 할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진리는 "하느님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가?"에 대한 감ㅈ
이고 체득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할 때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자신의 도덕성이나 정의로움, 신심 깊음, 아니면 건강이나
치유, 행운 등에 대해 감사하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자랑하는 경우각 있습니다. 혹시 세리
의 감사 기도와 같지는 않은지 조심스레 살피면서 '속악한 감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
니다. 우리는 나와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모두가 기뻐할 수 있을 때까지는 진정
감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나만 잘 됐다고, 우리만 소원성취했다고 철없이 기뻐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일말
의 부끄러움이라도 느끼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부끄러움이라도 느꼈다면, 그것이 감사할 일
입니다. 감사해야 할 것에 감사하지 않고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일게 감사함은 죄악입니다.
왜 감사하는지, 혹은 이기심이나 우월감 충족 때문은 아닌지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감사'라면 그 열매는 겸손일 것입니다. 죄에 대한 더 정확하고 민감한 인식일
것이도, 가열찬 회심의 기운일 것입니다. 마침대 그것을 투신과 봉헌의 결의로 표현됨으로써
감사의 진정성이 입증될 것입니다. - 발췌 끝 -
* 출처: 예수회 후원회 [이냐시오의 벗들]/ 2014년 8월호
* 예수회 후원회 후원문의 : 02) 3276-7777
* www.jesuits.kr/benefa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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