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14 주일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루카 10,3)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리 떼가 우글거리는 세상', 그게 정말 어딜까?
예수님은 우리를 이리 떼 한가운데로 보내신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은 단순히 외적 위협이나 폭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모든 환경, 구조, 시선을 포함합니다.
사실, 이리 떼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 삶 전체, 때로는 우리 마음 깊숙한 곳에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리 떼가 우글거리는 곳
* 거짓과 왜곡이 만연한 세상
가짜 뉴스, 조작된 정보, 왜곡된 가치관이 진실을 흐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합니다.
진실을 말하고, 투명하게 살아가려는 사람은 늘 위협받습니다.
* 약함을 부끄러워하게 만드는 사회
느림을 탓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더 높이, 더 빨리, 더 많이를 외치는 이 세상은
존재 본연의 가치를 지우려 합니다.
평화롭고 온전한 존재가 아닌, 성과로만 평가받는 인간이 되기를 강요합니다.
* 내면 깊숙한 자기혐오와 두려움
끊임없이 자신을 깎아내리는 목소리,
'나는 부족하다', '거절당하면 끝이다'는 생각들 역시 내 안의 이리 떼입니다.
* 공동체의 파괴와 관계의 단절
이리 떼는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힘, 즉 불신, 혐오, 분열 속에 숨어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가족, 친구, 사회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상처 주며 고립될 때,
우리는 관계 속에서 이리 떼를 마주합니다.
이리 떼 속에서도 평화를 품는 법
* 내면을 바라보는 용기
조용한 시간을 내어 내 마음의 불안을 마주합니다.
예수님 말씀처럼 '두려워하지 마라'를 되새기며
흔들리는 내 존재를 부드럽게 바라봅니다.
* 작은 진실로 거짓 흔들기
가족에게 솔직한 마음을 전하고,
동료를 격려하며, 꾸밈없는 일상을 나누는 작은 실천이
거짓의 벽을 조금씩 허물어갑니다.
* 약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오늘 나는 힘들다",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패배가 아닙니다.
그 솔직함이 우리를 더 깊게 연결시키고, 사랑을 회복합니다.
* 한 사람을 깊이 사랑하기
분열을 넘어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의 아픔 곁에 머무는 것, 그 사랑이 작은 공동체를 일구어 갑니다.
* 감사의 눈으로 세상 보기
따뜻한 햇살, 친구의 안부,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발견하는 연습이 우리를 더욱 단단히 세워줍니다.
이리 떼 속에 보내졌지만, 두려워하지 마라
예수님은 우리를 이리 떼 속으로 보내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존재 그 자체로, 평화를 품고,
한 걸음 한 걸음 사랑의 길을 걷습니다.
이리 떼가 우글거린다고 해서,
우리는 숨거나, 거짓에 물들거나,
나의 약함을 감추며 살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의 이름은 이미 하늘에 새겨져 있고,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존재의 근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오늘도,
이리 떼 한가운데서 양의 마음을 잃지 않고,
세상이 줄 수 없는 평화를 품고
담대히 걸어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