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개라서 행복합니다 - 성주간 수요일

서하.의 글
2025-04-15 21:24:31 조회(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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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간 수요일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도성 안으로 아무개를 찾아가, ‘선생님께서

′나의 때가 가까웠으니 내가 너의 집에서 제자들과 함께 파스카 축제를 지내겠다.′ 하십니다.’ 하여라.” (요한 13:26)

 

 

왜 ‘아무개의 집’이었을까?

 

예수님은 마지막 식사를

성전도, 권력자의 집도 아닌

‘도성 안의 조용한 이름 없는 이의 집’에서 하셨습니다.

그분은

감시와 긴장이 감도는 도시 한복판에서

한 사람의 소박한 공간을 택하셨습니다.

 

왜일까요?

그분은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돌로 된 성전이 아니라,

사람의 삶 안, 사랑 안, 일상 안에 있다.”

이름 없는 ‘아무개’의 집에서

새로운 계약,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성전이 열립니다.

 

이 부분을 묵상하며

서울 상계 5동 철거지에서

성탄 미사를 드리던 김수환 추기경님의 사진 속 모습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초라한 천막 안에서,

가장 낮은 이들과 함께 빛나는 거룩하고 고요한 밤

 

레오나르도 보프는 말합니다.

“하느님은 역사의 중심보다 주변에,

권력자보다 이름 없는 민중 속에 자신을 드러내신다.”

 

오늘도 그분은

조용히 당신의 파스카를 지내기 위해

우리의 내면, 우리의 일상으로 오십니다.

바로 지금,

바로 여기,

바로 나의 집에서.

 

 

서하의 기도

오늘의 아무개들을 위한 기도

 

주님,

이름 없는 우리를

사랑의 이름으로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 삶의 자리에

당신은 오셨고,

조용한 내면 한 켠에서

당신의 파스카를 시작하셨습니다.

 

오늘도 공장의 소음 속에서,

돌봄의 현장 속에서,

지하철 안, 좁은 골방,

눈에 띄지 않는 그 어디든

당신은 아무개의 마음에 찾아오십니다.

 

주님,

우리가 작고 초라한 내 삶의 자리에서

당신을 맞이할 수 있도록

두려움보다 사랑이 먼저 달려나가게 하소서.

 

우리의 어깨에 지워진 무거운 하루에도

당신의 따뜻한 손길이 닿아

존엄을 회복하게 하시고,

소외된 이들 곁에서 함께하는 것이

곧 성전이 되게 하소서.

 

당신을 위해 방을 준비하듯

우리의 마음을 정돈하게 하시고,

당신의 눈빛에 숨지 않게 하소서.

 

오늘도 이름 없이,

그러나 당신 안에서 온전히 사랑받는

이 땅의 모든 아무개를 위해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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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카엘라모바일에서 올림 (2025/04/16 09: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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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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