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3주간 토요일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요한 6:67)
예수님은 묻습니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떠남과 머묾은
선택이 아니라 드러남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내 존재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가끔, 성경 말씀이 귀에 거슬릴 때가 있습니다.
오랜 시간 교회 안에서 갖춰온 신앙의 기준, 틀을 흔들 때
내 존재의 깊은 곳을 건드려
더 근본적인 결단과 변화를 요구받는 느낌이 들 때
감추고 싶던 모습이 드러날 때,
내 안의 이중성을 꿰뚫는 말씀이 다가올 때,
나는 조용히 거북해집니다.
제자들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그런 순간
예수님은 나를 향해 다시 묻습니다.
"너도 떠나고 싶으냐?"
이 불편함과 예수님의 물음은
나를 흔들어 깨우는 진동입니다.
내 안에 고요히 잠든 허상을 깨뜨리는 망치입니다.
이 진동과 깨짐을
감당하고, 견디고, 내버려 둘 때
내 깊은 곳에서 응답이 솟아납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나는 떠날 수 없습니다.
내 존재가 이미 그분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내 중심이 그분께 붙들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되지 않아도, 불편해도,
결국 나는 그분께로 돌아갑니다.
말씀은 내 존재를 흔들지만,
생명은 나를 부러뜨리지 않습니다.
흔들림은 오히려
내가 더 깊이
생명의 몸통에 붙어 있게 합니다.

주님,
떠나고 싶은 마음마저 안아 주시는 당신 안에서
오늘도 조용히 머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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