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21.3.사목 훈련: 교계제도

저녁노을의 글
2022-11-03 06:50:33 조회(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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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사목 훈련: 교계제도(21,15-19)

 

  공관복음사가들과 달리 베드로의 배신을 제18장에서 의도적으로 축소 보도했던 요한 복음사가는, 이 21,15-19 본문에서 본격적으로 베드로를 조명하였다. 예수님과의 관계라든지, 베드로가 해야 할 역할이 이 본문에 강조되어 있다. 초대교회에서 예수님의 수제자로서 베드로가 수행한 역할을 조명하는 데에는 요한의 이 보도가 적절하다. 예수님께서는 사도 훈련을 시키시고자 갈릴래아 호수로 찾아오셔서 풍어 기적으로 선교 활동의 성과를 미리 보여주신 후에, 베드로와 따로 독대하셨다. 공생활 중에도 제자들 중의 수제자로 임명하시고 천국의 열쇠를 맡기시기도 하셨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예수님께서 교회를 세우시려는 이때 사도들 가운데에서 베드로가 맡은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하고자 하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가 당신을 모른다고 한 일을 언급하지도, 그간의 일을 두고 그를 야단치지도 않으시며 온화하게 대하신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주님을 세 번 부인한 베드로는 세 번 믿음의 고백을 한다(히에로니무스). 이로써 그는 과거의 죄를 씻고 세 번에 걸쳐 지위를 회복한다(암브로시우스). 베드로는 착한 목자에 의해 지위를 회복하며, 자신의 뒤를 따르는 사목자들과 함께 자신의 양들을 먹이도록 불린다(아우구스티누스). 그 양들이란 어린 그리스도인을 가리키며 이들은 장차 성장하여 성숙한 양이 될 것이다. 베드로는 이 양들도 보살피도록 불렸다(테오도루스). 우리가 그리스도께서 베드로에게 요구하신 사랑을 보이는 길은 이웃을 섬기는 것이며(요한 크리소스토무스), 착한 목자라면 하느님과 양들에 대한 사랑에서 그렇게 할 것이다(아프라하트). 사목자들의 우두머리께서는 베드로에게 사목자의 임무를 맡기실 때 그와 모든 사목자에게, 그 양 떼는 그들의 것이 아니라 당신의 것임을 잊지 말 것이며(아우구스티누스) 자신의 잘못을 잊지 말고 양 떼에게 자비로우라고 주의를 주기도 하신다(로마누스).”

 

  교부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예수님과 베드로 사이의 대화가 세 번의 질문과 세 번의 응답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다분히, 예수님께서 대사제로부터 재판을 받으시던 그 밤에 세 번이나 스승을 모른다고 부인한 죄과에 대한 보속으로 보인다. 예수님께서 그를 처음 만나 제자로 부르시고 나서는 ‘베드로’라는 이름을 지어 주셨건만(마태 16,18), 이번에는 첫 질문에서 ‘요한의 아들 시몬아!’(요한 21,15ㄴ) 하고 부르셨다. 이는 무슨 뜻이겠는가? 당연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뜻이다. 그리고 그에게 당신을 사랑하느냐 하고 묻지 않으시고, 다른 제자들이 당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당신을 사랑하느냐고 물으셨다. 질문의 맥락에서 베드로의 죄책감을 달래주시려는 배려심이 물씬 묻어나는 물음이다. 

 

 사실 요한을 빼고는 모든 제자들이 스승의 죽음을 외면하였다. 그나마 도망친 다른 제자들과 달리 베드로는 스승의 안위가 걱정되어서 재판이 이루어지던 대사제 관저 마당을 얼씬거리다가 자신도 연루될까봐 겁이 나서 엉겁결에 스승을 부인했던 것이다. 비겁함에 있어서는 분명히 스승을 배신한 죄라 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아예 멀리 도망쳐 버린 다른 제자들보다는 조금 더 나았다. 이른바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베드로는 이처럼 알량한 자존심까지도 배려해 주시는 스승이 고마워서 더욱 몸둘 바를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요한 21,15ㄷ) 하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서야 예수님께서는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요한 21,15ㄹ) 하시며 사목의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셨다. 이것이 사도단이 교계제도로서 설정된 기원이었다. 사목 직무란 예수님께 대한 사랑과 신앙 고백을 전제로 해서만 부여받을 수 있는 책임이요 권한인 것이다. 

 

  “불안에 떨며(히에로니무스) 더욱 조심스러워진 베드로에게(베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지 두 번 세 번 물으신 다음 그와 모든 제자, 곧 사목자들에게 양들을 돌보라고 세 번에 걸쳐 지시하신다(테오도루스). 그리스도의 양들을 돌보는 것은 그분을 믿는 이들의 신앙을 적절한 사목적 자세로 보살피는 것이다(베다). 베드로가 세 번 부인하고 그에 따라 세 번 믿음을 고백한 것은, 목자가 자신의 양 떼를 성화하고 강건하게 하기 위해 집전하는 세례 때 세 이름으로 삼위일체를 고백하는 것과 통한다(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 주님의 물음과 베드로의 사랑 고백은 자기 자신보다 하느님과 이웃을 더 중히 여기는 이타적 사랑이라는 사명으로 마무리된다(아우구스티누스). 베드로는, 주님께서도 그러셨듯이 자신의 생명을 잃는 한이 있어도 양들을 사랑해야 하는 의무로 불렸다(아우구스티누스). 목자인 우리는 우리가 하도록 불린 일에서 그분과 똑같은 식으로 몸 바치지 않을 수 없다(大 그레고리우스).”

 

  예수님과 베드로 사이에 이루어진 이 사목적 대화는 같은 물음과 같은 응답이 세 번이나 계속되었다. 이는 당연히, 예수님께서 그의 신앙이 궁금하셔서 물어보셨던 과거와는 달랐다(마태 16,15). 이번에는 그가 지난 번에 스승을 세 번 부인했던 죄과를 씻어버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자 물어보신 것이었다. 마음의 부담을 떨쳐버리고 자유롭게 해방시켜 주시려던 배려였다. 그리고 하느님 나라와 영원한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는 선교와 사목의 직무는 그저 진리만을 선포하면 되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체험시켜 주는 돌봄이라는 점을 강조하시려던 뜻도 있었다. 진리는 듣는 이들이 깨달을 때라야 비로소 선포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복음 선포자가 일방적으로 진리를 선언하는 행위만으로 사목이 종결될 수 없다는 뜻이다. 눈높이를 청중의 수준까지 낮추어서 복음의 청중이 진리를 깨닫고 다른 이들에게도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진리의 내용인 자비와 사랑이 체험될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이는 공생활 동안 예수님께서 몸소 솔선수범하신 바였으나, 그 당시에는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이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만 배웠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도가 되어 예수님처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복음을 선포해야 하므로 이런 사목적 대화를 하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위하여 고난받기를 갈망한다. 젊었을 때에는 그렇게 하지 못한 그가 나중에 나이 들어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은 것이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테오도루스). 예수님을 부인한 죄를 눈물로 씻은(아우구스티누스) 베드로는 죽음을 맞을 것이다. 죽음은 사목자와 그들의 목자들이 받을 궁극적 승리의 관이다(시리아인 에프렘). 베드로는 바오로 사도와 같은 시기 로마에서 네로 황제에 의해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렸을 때 그 일을 완수한다(카이사리아의 에우세비우스). 일찍이 베드로는 주님을 위해 죽겠다고 약속했ㄷ가. 그는 주님의 수난 때에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나 자신의 구원자를 위하여 순교로 넘겨졌을 때 마침내 그 약속을 지켰다(아우구스티누스). 예수님께서 전에는 가르치기 위해 제자들을 부르셨지만 지금은 두려움 없이 실제 사명을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당신을 따르라고 부르신다(아우구스티누스). 베드로는 이 부름에 응함으로써 예루살렘은 물론 온 세상의 교사가 된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공생활 중에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복음선포의 현장 실습도 두 번이나 시키셨고(마태 10장; 루카 10장) 복음선포란 십자가를 각오해야 하는 길임을 세 차례나 강조하신 바 있었다(마르 8,31-3; 9,30-32; 10,32-34). 이제 예수님께서는 사목의 십자가란 수난과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것임을 더 명백하고도 구체적으로 강조하여 가르치셨다. 부활로써 죽음을 쳐 이기신 예수님이시니만큼, 그리고 스승의 부활을 체험하고 확신하게 된 지금에서는 복음선포의 현세적 장애 중 가장 큰 장애인 죽음에 대해 가르치실 수 있게 된 것이다. 부활은 현세의 죽음을 넘어선 영원한 생명의 차원의 삶을 지금 여기서부터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가톨릭 사회교리 연구소 | [요한복음] 21.3.사목 훈련: 교계제도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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