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침묵

 

황풀잎의 글

2009-09-04 22:09:22 조회(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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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면서 침묵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벗들과도
대화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기도 하겠지만 
가끔은 불필요한 말들로 인해 자신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경우 또한 없지 않다.

아니 입으로 하는 말뿐만이 아니라 머리속으로 수도 없이 많은 말과 생각으로 내 가슴은 아침 부터 저녁에 잠들때까지 단 한번도 침잠되는 적이 없었다.
'침묵은 금이다. 말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등 입을 열때 조심 조심. 100번을 강조해도 넘치지 않는다는것을
잘알지만. 자신을 잘 포장할 줄 알아야 하는 이 시대를 살면서 침묵은 너무 힘든 고행일지도 모르겠다.
2박3일 훌쩍 어디론가 떠나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그저 말문을 닫아 버리고 싶은것뿐만이 아닌, 
혼란을 사는 나를 뒤돌아 보고 싶었으며, 진정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것이며 인생에 나침반은 제대로 설정이 
되어 있는가 등 총체적인 삶의 앞 과 뒤를 샅샅이 살펴보고 싶었다

 
눈부시게 파란색의 질감과 포말처럼 부서지는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도 있고, 파릇 파릇하게 새롭게 피어나는
산과 들속에서 풀 냄새를 맡아 볼 수 있는 여행의 길도 있었지만. 머리의 썩은 생각들과 욕심과 집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1년 365일 오직 하느님과 함께 하는 그 분들의 세계에서 작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신부님과 수사님들이 수도하고 계시는 강원도에 산골에 있는 피정의 집에서 
2박 3일의 침묵 생활을 해보기로 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누군가 쌓아둔 '예수 고난의 기억이 우리 마음에.' 라는 글이 새겨져 있는 작은 돌탑이 있다.
             인간의 죄를 대신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다는 예수님.

             믿음이 부족한 내게 다시한번 주님의 고난과 수난을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숙소 입구에 십자가가 보이고 피정 생활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입구로 가는 계단이 보인다.


             이미 몇 몇 분들이 숙소에 묵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2박 3일동안 있게 될 방이다. 이곳까지 안내해주던 신부님께서 아주 간단하고 짧게 ' 계시는 동안, 침묵입니다.

            사회에서 있었던 부분들을 억지로 잊으려 하지 말고 모두 하느님께 맡기십시오.

침묵안에서 가능하게 되실겁니다. '하신다.

 

 

             1인용 침대가 있고, 벽면에는 십자가 고상이 있다. 

             이렇게 시작된 첫날은 무척 힘들었다.

             침묵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침묵이 이렇게 사람을 불안하게 하게 하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하루를 하느님의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아침에 커피 한잔과 빵 한조각을 먹었다. 빵보다는 무엇인가 나에게 새로운 것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기에 시장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욕심과 집착으로 가득해 나를 팽기쳤던... 나 스스로를 용서하고 싶었다.

              피정에서는 성경외에는 독서를 가급적 안하는것이 좋다고  한다.  하느님과 만나고 또 용서를 얻고 평화를 얻고

              하느님을 만나는게 더 중요하니까!

 

              성경.

              얼마만인가?!  바쁘다는 핑계로. ..

              눈에 제대로 들어올리 없다. 이 안에 있는 말씀들이 진정 사람이 살아가야 할 진리를 담고 있는걸까?!

 
 

              오전에 성경을 골똘히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어지러워졌다.

              일상사를 사는 인간에게 하느님과 함께 한다는것. 이것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 쉽지 않은 일 아닐까?!

 
 

              오후가 되서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신부님께서 산책중에 예쁘게 핀 꽃과 파란 풀잎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하느님께서 함께 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을거라 하신다.

 
 

                           산책중에 백구가 한마리 있었는데, 하얀색 진돗개였다. 이름은 아미.

                          아미는 산책을 시작할 때 부터 마칠때까지 항상 앞에서 함께 해 주었다. 신기했고

아미를 통해서 마치 하느님께서 공동체를 통한 교훈을 알려주시는듯 하다.

 



 

                          2시간 정도 산책을 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전국이 가뭄으로 바짝 말라 붙은 산하에 반가운 비였다.

                                    숙소로 돌아와 창문을 빼꼼히 열었다. 성모님께서 비를 맞고 서 계신다.
 

          인간의 몸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시고 또 낳으신 성모님. 아들의 죽음을 지켜보고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맛보신 성모님.

          그리고 그분이 하느님의 아들임을 아시는 분....

 

             저녁이 되어 식사하려고 나가 보니 방문앞에 쪽지가 하나 있었다. 아마도 신부님이 놓고 가신것 같다.
 

            밤 9시 18분 이곳에 온지 이틀 째 되는 날. 불꺼진 성당에서 묵상을 했다.

           이 시간에 나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평화를 얻었다.

           이렇게 평화를 구하며 침묵 피정의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되었다.

           신부님과 들어올 때 처럼 아주 짧게 감사인사와 기도를 하고 피정의 시간을 마치고 돌아오게 되었다.
           저기 보이는 곳이 짧지만 많은 것을 배우게 해준 피정의 집이다.
 

 


침묵.
이곳에서 생활하면 신부님과 처음과 끝에 나눈 인사 몇마디를 제외하고는 말문을 닫았다.
처음에 힘들고 어려웠지만, 왜 침묵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서 마음이 정화되고 이후에 더 큰 힘을 얻게 됨을 체험하게 되었다.
바쁜 일상을 살면서 나도 모르게 조급해지고 빨라지고 참지 못하고 그래서 중요한 결정을 거슬리게 되고...
침묵을 통해서,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도. 그리고 너도. 우리 모두에게도 용서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이것을 실천하는 것이 너무 어렵겠지만 말이다.

가끔 이곳을 찾고 싶어질것 같다.
백구 아미도도 만나고 싶어질것 같다.
침묵안에서 만났던 분도 만나고 싶어질것 같다.

하지만 일상에서 항상 이곳에서의 생활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
이렇게  침묵 피정이 끝나갔다.
신부님 수사님 감사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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