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7 부활 팔일 축제 화요일 강론 - 눈물로 씻은 그 자리에 이제 사랑을 입히소서!

작은눈물 2026/04/08 오전 06:09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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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씻은 그 자리에 이제 사랑을 입히소서!

 

상실에 이어 찾아오는 공허감(空虛感). 어쩌면 이 세상의 어떤 고통보다 그것이 가장 시린 상처이고 고통일지 모릅니다. 그것은 빈 균열이 나고 그 틈새로 비어버린 공간이 있을 때, 금 간 그곳마저 섬세하게 채워지지 못하면, 미세하게 서걱거리는 마찰만으로도 그 아픔이 가시지 않는 까닭입니다. 모세혈관처럼 가느다랗게 이어진 틈새를 빈 곳 없이 메우는 것, 그것은 부드러운 것, 곧 물이나 공기와 같은 유체(流體)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오늘 우리는 사도행전 2장 38절에서, “회개하십시오. 그리고 저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여러분의 죄를 용서받으십시오. 그러면 성령을 선물로 받을 것입니다.”라는 귀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몸에 열상(裂傷)으로 인하여 출혈이 생기면, 깨끗한 수건이나 거즈로 압박하여 지혈하는 것이 우선이지요. 그 후, 흐르는 깨끗한 물이나 식염수로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벌어진 상처를 봉합하거나 감염이 되지 않도록 연고를 바른 후 깨끗한 밴드나 거즈로 상처를 덮어 외부의 오염으로부터 다시금 보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영혼도 그러하지요.

 

영혼 깊은 곳에 상처가 아물지 않아 힘겨움이 더해질 때, 그 아픔을 직시(直視)하고 주님의 자비를 머금은 깊은 포옹으로 흐르는 길을 막도록 ‘멈춤’의 시간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리고 깊은 사랑의 눈길에 우리의 시선을 맞추어, 상처 속에 섞여 미처 씻어내리지 못한 분노와 후회, 미련 등의 ‘이물질’도 당신 맑은 영혼의 샘에서 흘러 나는 치유의 영(靈)의 흐름에 맡겨 씻어내십시오. 그리고 영혼 깊은 대화와 기도의 시간으로 찢겨나간 자존감과 정체성을 하나로 묶어주도록 사랑의 실로 꿰매어 피부를 닿게 하여 쓰라린 상처가 아무는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그리고 이 치유는 단번에 일어나지 않는 법이지요.

 

주님 안에서 얻은 축복과 감사의 은총을 되새기면서, 과거의 기억에 묻은 통증을 따뜻이 어루만지며 매일을 기다려야지요. 그러나 완전히 치유되어도 흔적이 남듯이, 영혼에 아로새겨진 흉터를 통해 우리 자신처럼 지닌 타인의 아픔을 가슴 깊이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의 온기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이 모든 여정을 우리 삶의 단단한 역사의 일부로 받아들일 성숙의 때를 맞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요한복음 20장 15절에서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라고 마리아에게 물으셨지요. 지금 우리에게도 당신께서는 물으십니다. 그대는 과연 왜 울고 있는가? 그대가 간절히 찾았으나, 정작 잃어버려 상실과 외로움이 된 원인은 어디에 놓여 있는가?

 

모든 것을 아시고 연민의 눈길에 충만한 사랑을 실어 보내시는 당신 앞에서, 과연 우리가 회복해야 할 상처는 어디쯤이며 얼마나 깊은지 돌아보라 하십니다. 치유는 단지 고통을 치료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겪는 아픔과 눈물의 깊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동감하는 아픔을 함께 나누는 데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시인 정호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를 남긴 적이 있습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오늘 이어지는 복음 16절에서 주님의 목소리로 불러 주시는 “마리아야!”라는 이 이름 한 마디에, 모든 지난날을 지워내고 치유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 목소리에 담긴 애틋한 연민, 더 사랑해 주고 싶어 슬퍼하시는 따뜻한 위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겪었을 숱한 과정에 대한 주목(注目)의 시간과 기도가 쌓여 전하는 영(靈)의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까닭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치유와 평화가, 바로 주님께서 부활하시어 우리에게 안겨주고팠던 사랑이라는 것을 새겨보는 날입니다.

 

눈물로 씻긴 그곳에, 거룩한 영의 손길로 사랑을 옷 입는 복된 은총의 날입니다.

주님은 그렇게 살아나시어, 우리의 이름을 부르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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