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배반할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빵을 적셔 유다에게 주십니다. 그것은 유다에게 주신 마지막 회개의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유다는 세속적인 욕망에 눈이 멀어 그 기회를 외면하고, 어둠 속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유다도 다른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빵을 받았지만, 그 빵은 그에게 생명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는 생명의 잔을 마시지 못했고, 성찬의 은총도 체험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그가 이미 사탄의 유혹에 휘말려, 성사 안에 머물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났기 때문입니다.
“때는 밤이었다.” 성경의 이 한 문장은, 하느님의 뜻이 아닌 자기 뜻을 좇는 인간의 길이 곧 ‘밤’이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일부 학자들은 유다의 배반이 단지 돈에 대한 탐욕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예수님께 기대했던 메시아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실망과 분노를 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럼에도 끝까지 유다를 사랑하셨고, 마지막까지 그에게 돌아올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인내심이 큰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베드로 또한 두려움 때문에 예수님을 부인했습니다. 단지 목숨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예수님의 수제자라는 자의식이 무너졌을 때, 그는 인간적인 나약함을 드러냈습니다. 다른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위협 앞에서 모두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삶 속에서도 쉽게 발견됩니다. 돈 때문에 가족이 무너지고, 권력과 명예를 좇는 욕망 때문에 신앙을 저버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SNS와 미디어는 물질주의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우리는 어느새 세상의 유혹에 익숙해져 버립니다.
우리 안에도 유다처럼 탐욕이 있고, 베드로처럼 두려움에 흔들리는 약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회개의 방향’입니다. 베드로는 울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섰습니다. 그는 순교자로서 다시 일어섰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분의 식탁에서 생명의 빵을 먹고 구원의 잔을 마시며, 다시 그분을 따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말씀을 묵상하고 성사를 통해 은총을 받으며, 이웃을 사랑하고 공동체 안에서 신앙을 살아내는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 주님의 십자가 앞에 나아가 우리의 나약함을 맡깁시다. 유혹과 싸워 이기기 위해, 주님과 함께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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