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앞에 앉아있노라면 제 마음은 늘 고요한 아우성,
그 참으로 역설적인 마음의 역동은 세상적 시끄러움과는 비교조차 될 수 없는 그 무엇,.......
오히려 그것은 부끄러움의 옷을 입고있는 듯한 내 고된 하루를 벗지못한 채 그렇게 십자가 앞 짙은 어둠속에 앉아있는 죄스러움의 아우성입니다.
다듬어지지않는 내 거친 침묵은 때론 타락한 이성의 앞잡이가 되어 나를 집어삼키기도하고, 꺽일줄 모르는 내 자의식은 사방을 좌충우돌하며 상채기를 냅니다. 죄는 돌아서기 바쁘게 내 발목을 잡고 숱하게 넘어뜨리고 쓰러뜨립니다. 그 때마다 아프고 쓰린 마음, 그보다 더 큰 좌절과 부끄러움은 제 작은 용기마저 놓아버리게 하기 일쑤지요.
그렇지만 저는 한가지의 믿음을 그 때마다 다시 꼬옥 부여잡습니다. 십자가의 예수님이 지금도 나를 기다리신다는 것, 그 분께서 나의 모든 죄를 사해주시려고 수난과 죽음을 당하셨고 지금도 내 곁에 살아계시다는 믿음, 그 분의 이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소리내어 고백할 뿐입니다.
어둑어둑 어둠이 내리면 하루를 마치는 수도원의 끝기도,
공동체가 모여 맑은 목소리 모아 곱게 노래한 성모찬송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는 어두운 성당. 종일 죄로 얼룩덜룩 더렵혀진 옷 먼지도 털지못하고서 고개를 푹 떨군 채 구석 초라한 제 기도자리를 찾습니다.
변함없이 나를 다그치시는 그 분 사랑의 재촉이 들려옵니다.
“ 왜 이제 왔니? 나는 종일 너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네가 너무 보고 싶었단다.
여기 함께 있자.
함께 내 곁에 머물러다오......”
걷기도 아까운 오늘 또 은총의 하루, 뛰어가고 싶습니다.
그 분 예수그리스도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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