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도 계절이 있다.
추운것이 매섭고 두려워 잔뜩 웅크린 채 누군가에게 행여 빈틈보일까 나를 꽁꽁 싸매놓고 있던 때가 어제다.
오늘은 햇볕아래 내 살갗이 바알갛게 익을정도로 나를 훤히 드러내놓고 있다.
나에게 봄이 왔구나.....
오늘은 종일 베타니아의 마리아를 만났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얼굴을 마주보고 끝도 없는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 마리아, '부활'이라는 영화에 당신이 나왔을 때도, 나는 당신를 벌써부터 만나고 싶었어요. 예수님의 슬픔이 최고조에 달하셨던 순간에 그 분은 당신의 무릎에 머리를 묻고 가슴이 무너져내리듯 그렇게 슬피 흐느끼며 우셨쟎아요. 당신은 그 분의 슬픔에도 늘 가장 가까이 있었고, 그분의 기쁨에도 함께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분의 마음이 씨실과 날실의 직조라 한다면 당신은 온통 그 씨실과 날실로 빼곡히 메워진 천과도같이 그 분 마음에 바싹 달라붙어있는듯 느껴졌답니다. 정말 그랬어요. 얼마나 부러웠던지.... 거룩한 질투가 날 정도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것같죠..... 하느님께서 창조부터 여성들에게 더 풍부히 심어주신 섬세한 직감이 그런 것일까요? 당신이 예수님과 나누던 대화 한 마디 한 마디에 흠뻑 묻혀져있던 사랑과 그 분 주님을 위한 당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배어져있던 어찌할 수 없는 고통스러움이 제게 전이되는듯했답니다. 그 분은 당신 삶의 길고도, 어둡고도 삭막했던 겨울을 거침없이 젖혀내주신 당신의 구세주, 당신께서 고백했던 " 내 주님~~~!"이셨지요
그 분을 만나고 마침내 당신은 봄이었습니다.
봄이 뿜어내는 생명의 힘찬 약동에 비할바 없던 당신의 결연한 사랑이 오늘은 저를 재촉합니다.
새순을 틔어내듯 당차게 주님을 따르고 찾던 당신의 푸르른 고백이 오늘은 저를 흔들어 깨웁니다.
마리아, 오랜동안 겨울이었습니다.
왜 저는 여태까지 늘 나를 비추어주었을 이 봄의 따스한 햇살을 몰랐을까요
부탁이니 너무 늦었다 말하지마세요
내 봄 한 가운데에 저기 내 주님이 계시니 말입니다.
삶에도 계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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