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화과나무라는 그럴싸한 겉옷을 입고 있습니다.
뿌리는 교회라는 포도밭에 내려져있지요.
돋보이고 두드러져보입니다. 특별해보이지요.
그러나 어딘가 경직되어있고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죄스런 면보다 의로움이 많다고 생각하며 사는데, 제 겉옷이 거추장스럽고 겉치레처럼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실재(實在)와 제 겉모습이 다르기 때문일까요? 저는 특별해보이긴 하지만 열매도 없고 향기도 없기에 사람들과 그리 오래 머물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 겉을 치장도 해보고 덧칠도 해보았지만 그럴수록 저는 더 두텁게 가려질 뿐이었고 마치도 제가 정말 무화과나무로 여겨지는 듯 했지요.
하느님은 제게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제헌을 완전한 봉헌으로 주셨건만 저는 저의 봉헌으로 그 분을 기쁘게 해드리는 일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나 자신을 바치기보다는 남은 여분의 것 바치는 척 했지요. 그것도 타인을 의식하면서 말입니다. 마치 하느님께 적선하듯이 내 봉헌의 삶 안에 정성없는 때 묻고 구겨진 지폐한 장, 찌그러진 동전 한 개 툭 던져넣었습니다.
그러고도 저는 별로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습니다.
위선적인 봉헌, 회개없는 봉헌의 하루하루...
그러다 저 자신에게 무심코 내뱉은 말 “위선자,..!”
이제사 조급함 때문에 땀이 흐릅니다.
뿌리박힌 땅이 너무 딱딱하고 굳어져있어 회개로 돌아서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나를 죽이고 버려야만 열매를 맺을 터인데 저는 여전히 포도밭 한 가운데의 앙상한 한 그루 무화과나무인걸요. 쓸모가 없으니 언제 주인께서 저를 베어버리실지 모릅니다.
조급함 때문에 땀이 줄줄 흐릅니다.
저도 내 옆의 포도나무들처럼 주렁주렁 탐스런 열매를 맺고 싶습니다.
당신은 본시 저를 포도나무로 심으셨기에 이제껏 살아왔던 병충해덩어리 앙상한 무화가나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깊이깊이 통회하고 싶습니다.
주님,
제 온 몸에 주어진 이 무력한 힘을 뺄 수 있도록 자비를 베푸소서.
뿌리째 저 자신을 그저 당신께 내맡길 수 있도록 자비를 베푸소서.
당신의 자비 외에는 제가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을 수 있도록 자비를 베푸소서.
그래서 포도밭 일상의 평범과 소박과 통회정계보속의 순간성화를 통하여
제게 마르지 않는 샘솟는 당신의 평화와 기쁨을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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